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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의 소재는 무조건 특별해야 할까?

작가님, 뭘 써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

보통 이런 질문은 한숨과 함께다.

그리고 나는 그 한숨의 의미를 잘 안다. 글쓰기와 관련이 없던 내가 글을 쓰고자 했을 때, 모니터 앞에 앉으면 어김없이 드는 걱정이었으니까.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모니터 앞에 앉아 멍하니 만들어낸 하얀 밤도 많았고, 몇 번은 땅이 꺼지고도 남을 한숨도 많이 내쉬었던 기억이 난다.

사실, 이 질문보다 앞선 또 다른 질문이 있다.

"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, 글을 쓸 수 있을까요?"

같은 듯 다르고, 다른 듯 같은 그 두 질문의 무게는,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꽤 무겁다.

특별한 소재를 찾아서

만약, 특별한 소재가 있다면 글쓰기의 시작은 조금은 더 쉬울 수 있다.

예를 들어, 내가 거금을 들여 '스페이스 X'에 몸을 싣고 한국인 최초로 민간 우주 여행자가 되었다면, 우주여행을 마치고 와서 풀어낼 이야기보따리는 클 것이다. 그것뿐인가.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에, 그 특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. 무얼 써도 사람들은 읽을 것이다. 어떻게 표현해도 사람들은 흥미로워할 것이다.

그러나 아무리 큰 보따리에도 끝은 있다.

더 이상 그 이야기가 새롭지 않을 때. 그 소재는 특별함을 잃는다. 보따리가 비워져 보자기만 남았을 때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. 소재에만, 그것도 '특별한' 소재에만 의존하면 글쓰기는 이어지기 어렵다. 우주 이야기까지 탈탈 털어 글을 썼는데, 다음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? 

우주여행보다 더 특별한 건 뭘까?

아, 사후세계면 좀 더 특별하지 않을까?

글쓰기는 소재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, 소재를 생산하는 일이다!

글쓰기는 삶에 정말 큰 선물을 주는데, 그중 하나가 바로 '영감(靈感)'이다.

다른 말로 인사이트, 통찰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세 가지가 함께 오는 경우는 정말 축복받은 날과 같다. 그저 그런 하루가 새로워 보이고, 고만고만했던 순간들이 빛나며 막연했던 의문들은 삶의 지혜가 되어 돌아온다.

그때 난, 글쓰기는 소재를 찾아 헤매는 게 아니라 내 주변의 것을 특별하게 쓰는 것이란 걸 깨닫는다.

특별하지 않은 걸, 특별하게 바라보고. 고만고만한 걸 평범하지 않게 써내야 하는 것이 작가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축복이라 믿는다. 

우주여행을 다녀오지 않아도, 사후 세계를 경험하지 않았어도.

내가 글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다.

평범함으로 치면 나 또한 다르지 않다.

대한민국의 월급쟁이를 특별하게 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. 아니, 거의 없지 않을까. 다만, 내가 아무래도 아주 조금 더 특별한 점이 있다면 많은 글을 생산해냈다는 것이다. 나는 그저 나의 일과 삶에 대해서 썼다. 직장인이니까 직장인의 고충과 보람을 썼고, 주재원이었으니까 그 나라의 사람과 문화에 대해서 썼다. 글쓰기를 하고 있으니 글쓰기에 대해 쓰고 있고, 인문학에 관심이 많아 나름의 인문학을 끄적거리고 있다.

내 소재는 내 주변에, 나는 평범하지만, 내 글은 특별하다!

나는 글쓰기 강의를 하는 이유가 있다.

그것은 내가 유명 작가와 같이 글을 현란하게 써서가 아니다. 오히려, 글과 상관없던 평범한 이력이 어쩌면 나를 더 돋보이게 할는지 모른다.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던 평범한 나는, 글쓰기를 막 시작한 사람들에게 용기가 될 수 있으니까. 한 사람이라도 더 글을 썼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는 글쓰기와 강의를 이어가는 것이다.

'직장내공'에 수록된 '뭐든지 항상 잘할 필요 없다'의 예를 같이 봤으면 한다.

지친 몸을 일으켜 출근을 위해 욕실로 향했다.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반쯤 뜬 눈으로 칫솔을 집어 들었다. 오른손으로 치약을 들어 칫솔모에 짜려던 찰나. 빼꼼히 나온 치약 한 덩이가 힘 없이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. 헛웃음이 나왔다. 치약을 짜서 칫솔에 묻히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. 그리고 내 나이를 고려해서, 스스로 양치질을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의 아침에 치약을 짠 횟수를 헤아려 보면 대략 1만 5천 번 이상이다. 그토록 반복한 일을, 게다가 그리 어렵지도 않은 일에 실수를 한 것이다. 이게 뭐라고. 짜증이 몰려왔다. 이런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 했다. (중략) 치약을 떨어뜨린 순간 그렇게 난 뭐든 잘하려는 무거운 마음을 가진 나와 조우했다.

그저 아침에 일어나, 치약을 제대로 짜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.

그리고 그로부터 일어난 짜증이, 뭐든 잘 해내려는 압박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았던 것이다.

글의 소재는 나로부터다.

내 주변으로부터다. 특별한 사건이나, 이벤트만이 다가 아니다. 오히려 나로부터 나와야 그것의 깨달음은 크고, 그 표현은 깊을 수 있다. 치약 하나로 마음까지 아우르는 통찰은 바로 글쓰기의 선물이자 묘미다.

사람은 누구나 평범하다.

그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은 남이다. 연예인들도 팬이 없으면 특별하지 않은 존재다. 연예인들의 실생활을 들여다보거나, 인터뷰를 해보면 삼시세끼 밥 먹는 보통 사람임을 느끼지 않는가.




나는 평범하지만, 내 글은 특별한 이유다.

나는 나의 삶을, 남은 남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삶은 특별해 보인다. 

내 평범한 삶과 경험이 누군가에겐 특별한 시대가 되었다.

그렇다고 남의 입맛에 맞추거나, 남의 반응에 따라 글을 쓰자는 이야기는 아니다. 오히려, 나를 관통하는 글 쓰기를 해나갈 때, 그러니까 진솔한 나를 내어 놓을 때 사람들은 반응한다.

나의 특별함은 '나의 진솔한 평범함'에서 온다.

그것이 내가 글쓰기를 통해 얻은 가장 큰 '영감', '통찰' 그리고 '인사이트'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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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저서 모음]

'견디는 힘' (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!)

'직장내공' (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!)

'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' (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!)

'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' (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!)

'진짜 네덜란드 이야기' (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!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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